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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남은 달력의 소망

실크리버 2011. 12. 4. 20:09


  

            한 장 남은 달력의 소망

   

                

 

글: 정재수

          한 장 남은 달력의 소망

           

          어두운 장막을 헤집고 나온 빛을
          대지 위에 뿌리면
          참된 세상은 굽이굽이 가득하고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계절의 장이 바뀔 때마다 흐르는 세월

           

          그것을 하늘에 날리면
          떠도는 구름이 되고
          그것을 땅에 심으면 움트는 미래가 보여
          지나온 삼백하고도 38일은
          풍요로웠다 할 수 있었는데

           

          웬걸 세상 인심은 갈수록 각박하고
          구멍뚫린 하늘을 메우기라도 하듯
          물가는 거침없이 솟아올라
          언제 멈출지 아무도 모른다.

           

          돌에 차이고
          뿌리마저 뽑히는
          사회의 어두운 모퉁이에는
          살인적인 범죄가 연일 기사화되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선량한 백성의 얕은 주머니를 털어
          십시일반 거두어들인
          세금 한 조각 두 조각 그것도 통째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삼키더니

          급기야 검은 구급차에 담겨
          사각 링에 홀로 선 오늘을 탕진한 자들
          온갖 비리의 씨앗이 기생하는
          특정한 사회 한 단면이라

           

          그러다 보니
          농민의 삶은 구차해지고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농심을 울린 구제역이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로
          고을마다 황제의 능 모양
          무덤이 생겨나고
          마르지 않은 피눈물이
          골짜기를 적시던 한 세월

           

          그로 말미암아 불신은 점점 심화되어 가는데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정치 일각의 나리들께서는
          살림은 커녕 신성한 장소에
          욕설과 멱살잡이로 세월을 좀먹고

          영화시장에 등장하는
          잡배들 마냥 폭탄 투하는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이 나라 장래가 촉망되기는 커녕
          또 다른 변종 정치 바이러스를
          키우지나 않을까
          참으로 아슬아슬한 찰나에 살아간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은
          자기를 천추에 남겨볼까
          자기 역사를 비문에 새기고
          또 어떤 사람은
          세월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려고
          강물에 투신하고
          또 어떤 사람은 구름처럼 표류하는
          정의의 사도인 양 공산주의 북한을 찬양하며
          눈먼 하늘을 날고 있으니

           

          그사이에
          허기진 사회의 안타까움에
          땅을 파고 씨앗을 뿌려
          풍요로움을 소망하는 농심이 있으니
          이는 세월의 풍진 속의 밑거름이요
          살아숨쉬는 인간정신의
          영원한 불도자이자
          죽어서라도 그 넋이 비석으로 우뚝 솟아
          청산에 길이 전해지리라.

           

          요지경 속으로 빠져드는 구석진 삶의
          변치 않는 것은
          무정한 세월이라 발길로 차이고 짓밟혀도
          멈출지 모르고
          거침없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는 것

           

          암울하고 거친 세상을
          일찌감치
          하얀 솜 같은 눈으로 덮어버리면
          우리의 소망도
          미래의 희망도
          눈 속에 묻혀 새롭게 돋아 날수만 있다면
          가는 세월 서럽다 하지 않을진대

           

          무엇을 못 잊어 아쉬워하는지
          이제 남은 한 장의 달력에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엮어
          실어 보내고
          밝고 맑은 새해를 맞았으면
          하고 소망을 빌어 본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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