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故 박완서씨 명복을 빕니다 / 이해인 시_꽃이 된 기도

실크리버 2011. 1. 26. 18:46




 

 

 

        꽃이 된 기도

         

                                    / 이해인

         

         

         
        엄마의 미소처럼 포근한 눈꽃 속에
        눈사람 되어 떠나신 우리 선생님


        고향을 그리워한 선생님을
        그토록 좋아하시는 부드러운 흙 속에
        한 송이 꽃으로 묻고 와서
        우리도 꽃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문학을 더 깊이 사랑하는 꽃
        선생님의 인품을 더 곱게 닮고 싶은
        그리움의 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엄마 잃은 아이처럼
        울고 울어도 눈물이 남네요

         

        선생님은 분명 우리 곁에 안 계신데
        선생님의 향기가 눈꽃 속에 살아나
        자꾸 새롭게 말을 걸어오네요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 세상을 위로하는
        미소천사로 승천하신 것 같다며
        이 땅의 우리는 하늘 향해 두 손 모읍니다

         

        '갑자기 오느라 작별인사 못했어요
        너무 슬퍼하면 제가 미안하죠
        거기도 좋지만 여기도 좋아요

         

        항상 기도 안에 만납시다, 우리'
        선생님의 초대에 행복한 오늘
        한 마음의 평온함으로 인사합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우리의 어둠을 밝히는
        엄마별이 되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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