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실크리버 2011. 2. 10. 20:45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면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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