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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파하더라도 / 낭송 : 이 혜정
가을이 스쳐 지나갑니다.
견딜 수없는 외로움이 가슴에서는 비가 되어 내리면서 떨어지는 낙엽을
붙잡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봅니다.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어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어 보지만 부질없이
힘만 쓰다가 이내 놓치고 안타까워합니다.
너무도 쉽게 떨어집니다.
며칠 전만 해도 여유롭게 그대의 눈길을 느끼며
산책했는데 모든 것이 변해 버렸습니다.
가을이 큰 걸음을 떼며 갑니다.
그대를 기다리다가 멀리 달아나는 가을을 보며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지고 넉 놓은 여자가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봅니다.
계절은 나를 또 속입니다.
그러나 내 영혼에는 지나가는 가을이 그대로 있어
걸어가는 길이 결코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아파하더라도
그것들을 지그시 밟아 부서지는 소리를 내면
내 가슴이 부서지는 소리를 그대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 소리가 기도가 됩니다.
처량한 여자처럼 그네들 앞에서 목 놓아 울 수 없어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밟으며 내 가슴에 있는 그리움을 전하며 걸어갑니다.
요한복음1 : 10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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