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소서
차윤환
한 강도가 있었지.
처음부터 강도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어.
랍비들의 말씀도 경청해보고
부지런 떨며 착한 동정심도 꺼내보았지만,
부모도 친구도 세상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어.
청년 예수는,
랍비들과는 뭔가 달랐어.
뱃머리에 앉아 계시던 범할 수 없는 눈빛.
먼발치서 엿들은 산상수훈의 말씀들.
굳은 가슴 한켠에 밀어 넣고
양심 저릴 때마다 꺼내 곱씹어 보았지.
어두운 그림자만 밟고 가는 길목.
찍힌 발자국마다 검은 물이 고여
그 의인과 함께 어느 날 저주의 형틀에 달렸네.
하늘도 고개를 돌린
버림받은 자들의 한나절.
한 편 강도의 거친 비방도 풀이 죽고
"내게 오는 자마다 누구든지 편히 쉬게 하리라." 하시던 말씀.
그 의인처럼 혀가 잇틀에 붙어 말할 여력도 없었지만,
그리 믿어도 후회 없을 확신 차올라
"당신의 나라에서 나를 기억하소서!"하고 외치자,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주님 대답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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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기억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눅23:42, 43)
많은 사람들이 믿음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다.
야고보서의 행위 없는 믿음이 죽은 믿음이라는 말씀을 근거로
자신의 의로운 행위로 구원 받으려 한다거나(약2:26)
그리스도의 피로 거듭난 사람도 이후에 짓는 죄마다 회개하지 않으면
구원을 잃어버린다거나(요일1:9)
세례가 구원의 조건이라 믿기도 한다.(행2:38)
그러나 한 편 강도가 극적인 순간에 마음을 돌이킨 것을 주님은 그대로 받으셨다.
너는 평생 선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격 미달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는 선을 쌓을 기회도 세례를 받을 여유도 전혀 없었고,
단지 주님을 그리스도(구원자)로 믿고 진심으로 그 마음에 영접했을 뿐이다.
행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그도 지금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낙원에 있음을 명심하자.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가서 말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고후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