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

소의 눈물

실크리버 2011. 1. 9. 14:24


 


         



        <구제역 파노라마 1>

        입맛 잃은 소에게 가끔 소주를 먹여

        살려도 보곤 했는데

        이번엔 아닐성 싶다

        구제역 이라네

        눈 덮인 벌판 어단마을

        메우한 볏짚 연기는

        태양을 삼키고

        음산한 기운, 무거운 그림자는

        농심을 짓누른다.

        어디에 떠 있는지도 모르던

        겨울 짧은 해는

        해넘이를 재촉하고

        땅 꺼질 듯 한숨소리는

        피눈물 되어 간장을 찢는구려

        포크레인이여

        그대는 무엇이 또 그리 바쁘신가?

        쉼도 없이 울어대는 굉음

        무심도 하지

        흰옷 입은 저승사자

        소리없이 외양간을 들어설 때

        소와 주인은 넋을 잃고 말이 없다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껌벅이는 눈망울엔 이슬이 맺히고

        이슬 방울속 주인은 애써 그를 외면한다.

        3분의 짧은 시간이 지나

        육중한 몸체는 허공을 향해

        마지막 긴 숨을 토하곤

        스르르 정든 외양간을 나선다.





        <구제역 파노라마 2>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수 십마리 수 백 마리가

        영문도 모르고

        하루 아침에 끌어 묻혔다

        세상인심이 병들었다지만

        몇 년을 한 우리안에서 동거 했을진데

        소주 몇 사발을 마신다고 죽은 가족의

        슬픔이 잊혀지겠소?

        애석도다. 그대들이여!

        전생에 무엇이었기에 소로 태어나

        이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인간의 잘못으로

        그대들을 사지로 몰아 넣었음이야

        우리는 큰 죄를 지었네.

        부디 용서해 주시게

        하늘에 가거든 구제역 없는

        청정한 들판에서 편히 풀 뜯으며,

        평화로운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

        우리를 원망하시게

        정말 미안하네

        장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