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벚꽃길을 걸으며

실크리버 2010. 4. 16. 09:17

                         
        세상의 정원으로 나는 걸어들어갔다

        정원 한가운데 둥근

        화원이 있고 그 중심에는

        꽃 하나가 피어 있었다



        그 꽃은 마치 빛과 같아서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나는 둘레에 핀 꽃들을 지나

        중심에 있는

        그 꽃을 향해 나아갔다



        한낮이었다. 그 길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나는 서둘러야만 했다

        누구의 화원인지 모르지만

        그 순간 그것은

        나를 향해 저의 세계를

        열어 보이는 듯했다



        밝음의 한가운데로 나는 걸어갔다

        그리고 빛에 눈부셔 하며

        신비의 꽃을 꺽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폐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내 손에 들려진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꽃에 지나지 않았다



        신비의 꽃을 나는 꺽었다 -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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