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고향은 어디야?"
학교에서 돌아온 작은 아이가 고향에 대해 묻는다
"글세 우리 딸 고향이 어딜까?"
"고향"
사전에 나오는 고향의 의미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고향은
시멘 콘크리트로 만든 네모만 아파트 또는 집 근처 산부인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
고향을 묻는 아이에게 해줄 대답이 갑자기 궁색해졌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고향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산과 들에 피는 꽃들이 다르고
또 그 산과 들에서 불어오는 바람냄새가 다르고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뛰어놀던 놀이감들이 넘쳐나던 곳이 아닌던가?
다람쥐 챗바퀴 돌리듯 학교에서 학원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겨우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와 마주앉아 노는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 흙 냄새 물씬 풍기는 마음의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은
욕심에 아이들과 함께 연기군에 있는 나리마을로 달려갔다.
말로만 듣던 나리 마을이 눈 앞에 펼쳐진다
내가 어려서 자란 고향 마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집들도 꽤 많아 보이고
옛 고향의 이미지와는 뭔가 사뭇 다른 분위기로 다가오는 나리마을
정보화 마을, 농촌체험마을이라는
사전 지식때문이리라
설레는 가슴으로 악쎄레터를 밟은 왼발에
힘이 실린다
드디어 마을에 도착했다
친절한 마을 어르신들의 안내를 받아가며
아이들을 위한 모노레일 타기를 첫 마을체험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아이들의 기분을 풀어놓아야
그 다음 순서가 즐거울 수 있기 때문에
살짝 꽤를 부려본다
시골에서 처음 모노레일을 타 보는 아이들이
마냥 즐거운 시간에 빠져 있다
부디 이 시간이 아이들의 가슴에
좋은 고향의 추억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아이들의 기분을 풀어줬으니
이번엔 어른들도 함께 즐거울 시간이다.
그래서 찾은 곳이 찜질방
와!~
그런데 이런 시골마을에 웬 찜질방이란 말인가?
도시에서 가 봤던 찜질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일것 같아
가슴이 콩닥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찾은 날은
찜질방 처마에
아케이드 시설을 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찜질방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불가마 한증막이다.
들어서는 순간 얼굴를 향해 확~ 달려드는 강한 화기
이 맛이 바로 추운 겨울을 한방에 녹여주는 그 불맛이 아니던가?
안그래도 갑자기 불어닥친 눈보라에
손발부터 허리까지
바람지나가는 소리가 씽씽 울리던 참이었는데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얼른 불한증막 안으로 뛰어든다
불 한증막에서 얼어붙은 몸을 부드럽게 녹였으니
이번엔 참숯으로 건강을 챙길 차례다
참숯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사실이고
지금부터 우리 가족 겨울 건강을 책임질 참숯방으로 들어선다
벽면을 가득 채운 참숯들
니들 다 어느 아궁이에서 나왔니?
숯의 크기로 보아하니 적어도 수령이 몇십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것들이다
산위에서 온갖 비바람을 견디고 자랐을 나무들의
결정체가 숯이 되었으니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사는 허약체질도
이제는 문제 없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2%더 즐거운 찜질방 체험을 했으니
이번엔 아이들을 위한 연만들기 체험을 할 시간이다
책에서만 본 방패연 만들기를 직접 해 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어떤 연이 나오련지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한다
완성된 연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난생 처음 제 손으로 만든 연이라서
더 즐겁기만 한 아이들
그런데 과연 연이 정말 하늘을 날긴 날까?
아무래도 처음 날려보는 연이라서
마을 아저씨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것 같아
도움을 청해 본다
먼저 나온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있다.
하늘 높아 날아오른 연이 하늘에 길을 내며
무한 창공을 향해 날아오른다
지금처럼만 그대로 날아주었으면 하는 아이들의
소망이 연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묻어나온다
이번엔 달집 태우기를 해 볼 차례다
달집태우기는 대보름 행사로 하는 우리의 전통문화중에 하나이다.
달집을 태우기 전에 준비된 종이에 소원을 적어
달집에 끼워 넣는다
그러면 보름달이 뜨는 밤에 달집이 훨훨 타오르면서
우리가 적어넣은 소원을 하늘에 전해주겠지?
달집이 훨훨 타 오른다
우리가 적은 소원도 활활 날개를 달고 타 오른다
앞으로 남은 우리의 시간들이
저 달집처럼 활활 타올라서 우리 앞에 있을 어둠을 부디 환하게 밝혀주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이렇게 나리마을에서 보낸 하루의 시간이 저 달빛의 불빛과 함께
조금씩 사그러져 갈 것이다
하지만 달집이 타고 난 뒤에 남는 재처럼
우리의 가슴속엔 고향이라는 잊지 못할 추억이 남게 되겠지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서 활활 타오른 고향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어둠을 밝혀주는 밝은 빛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리마을의 추억을 마음속에 갈무리해 본다